"테더가 미국 국채 매입 7위를 기록했다", "미국 재정 위기의 새로운 해법이다"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던 중, 6월 18일 미국 상원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통과됐다.
이 사건으로 미국의 진짜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테더의 미국채 매입 효과? 그건 미끼였다.
테더 매입의 "실질적 효과"를 다시 보자
먼저 숫자부터 정리해보자.
테더의 미국채 보유 현황:
- 보유액: 약 1,200억 달러 (2025년 1분기 기준)
- 전체 시장성 미국채(22.6조 달러) 대비 비중: 0.5%
- 2024년 매입 규모: 331억 달러
미국의 국채 발행 규모:
- 2023년 연간 순발행액: 2조 달러
- 테더 매입의 비중: 1.6%
0.5% 비중을 "지대한 영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더 심각한 건 테더가 주로 매입하는 3개월 만기 단기 국채의 함정이다.
단기채의 역설:
- 차환 부담 증가: 3개월마다 새로 발행해야 함
- X-date 압박: 부채한도 상황에서 단기채 만료는 즉시 현금 지급 요구
- 구조적 해결 불가: 미국이 진짜 필요한 건 장기채 수요
X-date(부채한도 도달 시점)를 앞둔 미국에게 단기국채는 시한폭탄과 같다. 당장의 자금조달은 쉬워지지만, 부채한도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런 "도움 안 되는" 매입을 부각시켰을까?
지니어스법이 폭로한 진짜 전략
6월 18일 통과된 지니어스법을 보면 미국의 진짜 의도가 명확해진다.
지니어스법의 핵심: "합법화를 통한 확산"
주요 내용:
-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금융수단으로 인정
- 연방/주 감독 받는 기관만 발행 자격 부여
- 발행액 1:1 현금/미국채 준비자산 의무화
-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적용
진짜 목적:
- 제도적 신뢰도 제고: "정부 공인" 딱지로 글로벌 확산 가속화
- 달러 스테이블코인 독점: 미국 규제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됨
- 네트워크 효과: 더 많은 국가가 채택할수록 달러 지배력 강화
"바이럴 증폭 장치"로서의 지니어스법
이 법은 단순한 규제법이 아니다. 전 세계를 미국 게임에 끌어들이는 교묘한 바이럴 증폭 장치다.
3단계 바이럴 전략:
1단계: 테더 매입으로 "실증 사례" 만들기
-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경제에 도움된다"는 내러티브 구축
-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상징적 의미 부각
2단계: 지니어스법으로 "합법성" 부여
- "엄격한 규제 하에 안전하다"는 신뢰도 제고
- 글로벌 FOMO 조성: "미국도 법제화했는데 우리만 뒤처질 수 없다"
3단계: 국제적 압박과 확산
- 미국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됨
- 각국이 "대항 코인"을 만들수록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체가 확산
- 결국 달러 스테이블코인만 승리
한국이 완벽하게 속고 있는 증거
우리 정치권의 반응이 미국 전략의 완벽한 성공 사례다:
더불어민주당: "미국도 법제화했는데 우리만 뒤처질 수 없다"
국민의힘: "선진국 따라서 우리도 실험해야"
한국은행: "규제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모두가 "합법화 = 안전 = 도입 필요"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정확히 미국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통제 불가능"을 숨긴 교묘한 포장
지니어스법을 자세히 뜯어보면, 우리가 지적한 근본적 한계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 개인지갑 간 P2P 거래: 여전히 추적 불가능
- 해외 거래소 우회: 막을 수 없음
- 크로스체인, 믹서 서비스: 익명화 그대로 가능
"보고 의무화"가 전부다. 미국조차 완전한 통제는 포기하고 "제한적 관리"로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런 한계는 감추고, "엄격한 규제"라는 이미지만 부각시켰다. 법 통과 ≠ 실효성 확보. 오히려 통제 불가능함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대항 코인"은 미국의 함정
이제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만들기는 미국의 함정이다.
왜 함정인가:
- 생태계 확산 효과: 우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수록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정당화됨
- 달러 코인 수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가 구축될수록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더 쉽게 침투
- 네트워크 효과: 결국 가장 큰 네트워크(달러)가 모든 것을 흡수
현실적 한계:
- 중국, 일본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쓸 이유 없음
- 국제 무역에서 원화 비중은 2% 미만
- 기축통화 지위 없이는 국제적 확산 불가능
결과: 대항 코인을 만들수록 미국만 이익, 우리는 개발비만 날림
진짜 필요한 것: 조응 거부하기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이것이다. 미국의 전략은 우리가 조응해주지 않으면 무력하다.
미국 전략의 치명적 약점
본질적으로 "협조 의존적" 전략:
- 달러 자체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각국이 허용해야만 작동
- 기축통화 지위로도 디지털 영역까지 자동 확장은 안 됨
- 각국이 "안 받아주면" 그냥 끝
일방적 강제 불가능:
- 미국이 아무리 지니어스법을 만들어도 타국 강제는 불가능
- 국제사회가 집단적으로 거부하면 전략 자체가 무너짐
- 네트워크 효과도 참여자가 있어야 작동
왜 굳이 미국 게임에 참여하려 하나?
현재 각국이 조응하는 이유:
- FOMO: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
- 혁신 프레임: "디지털 전환에 동참해야"
- 기술 결정론: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는 착각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착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막을 수 없는 기술 발전"이 아니라 "우리가 허용하면 들어오는 정책 선택"이다.
조응 거부의 실제 방법
국경에서 차단:
-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 금지
- 자국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취급 차단
-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상장 금지
제도적 봉쇄:
- 스테이블코인을 법정 결제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음
- 세무신고시 스테이블코인 거래 별도 신고 의무화
- 대규모 스테이블코인 보유시 특별세 부과
국제 공조:
- 역내 국가들과 집단적 거부 체계 구축
- 중국, 러시아 등 이미 제한적 국가들과 공조
- "스테이블코인 非참여국 연대" 형성
미국의 전략이 성공하는 이유는 그들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앞서 예측한 시나리오의 현실화
지니어스법 통과로 우리가 경고한 모든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다:
1부 예측: "추적 불가능한데 정확한 수치" 모순
현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규제됐다"고 포장
2-3부 예측: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만 강화
현실: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법적으로 지원하는 체계 완성
4부 예측: 기존 시스템과의 충돌, 산업적 고려 부족
현실: 이런 문제들은 외면하고 "혁신"만 강조하는 바이럴 지속
5부 예측: 정치적 도구화, 글로벌 바이럴에 휩쓸림
현실: 지니어스법 자체가 바이럴 증폭 도구로 작동
결론: 더 큰 그림을 봐야 할 때
지니어스법은 단순한 규제법이 아니다. 미국이 디지털 금융 패권을 영구히 고착화하려는 전략적 도구다.
"합법화"라는 당근과 "뒤처진다"는 채찍으로 전 세계를 자신들의 게임에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은 그 바이럴에 완벽하게 속고 있다.
이제 "혁신 vs 수구"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짜 대립 구도는 "미국 패권 vs 국가 주권"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 바이럴 저항: "뒤처진다", "혁신이다"라는 압박에 휘둘리지 않기
- 방어적 접근: 유입 모니터링, 통제 체계 구축에 집중
- 국익 중심 사고: 미국 게임의 규칙을 따르지 말고 우리만의 길 모색
전 세계 코이너들에게 미국 부채 부담을 분산시키려는 교묘한 시도에 동참할 이유는 없다. 코이너들이 테더를 보유할 때마다 간접적으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게 되는 구조, 이는 미국이 자국의 재정 위기를 글로벌 암호화폐 생태계를 이용해 해결하려는 "금융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진짜 혁신은 남의 게임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테더를 부각시키는 것이 과연 미국의 구조적 개혁 노력의 일환으로 읽혀지는가? 아니다. 이는 문제를 다른 곳으로 떠넘기려는 시도일 뿐이다.
우리는 미국의 involuntary creditor(비자발적 채권자)가 될 이유가 없다.
사회의 의제 형성과 토론 구조 상 실현 불가능한 제안임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논거들이 제시하는 방향은 한 곳으로 향하고 있어, 글쓴이의 평소 태도에 반하는 대안 제시를 해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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