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해답'이 만들어낸 더 큰 신뢰 위기"


프롤로그: 해답들의 실패

2019년 10월 24일, 시진핑 주석이 블록체인을 "핵심 기술"이라고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정부도 디지털 혁신을 인정했다"라고 환호했습니다.
2024년 트럼프가 "암호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드디어 제도권의 지지를 얻었다"라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2025년 중반에 서서 돌아보면 아이러니한 현실이 보입니다.
신뢰 위기에 대한 두 개의 해답이 오히려 더 큰 신뢰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DCEP)도, 미국이 밀어주는 비트코인도, 그 어느 것도 진정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죠.
더 심각한 것은 이 두 "해답" 때문에 선택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모순과 DCEP의 신뢰 위기

블록체인은 좋고 비트코인은 나쁘다는 논리의 붕괴

시진핑의 2019년 선언 이후 실제 벌어진 일들:
2021년 비트코인 전면 금지와 함께 시작된 것은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모두 위험하다"는 극도의 통제 욕구의 발현이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 비트코인을 금지했지만 자본 유출은 계속됨 (홍콩 달러, 부동산, 금 등)
  • DCEP를 밀어붙였지만 국민들의 현금 선호도는 여전히 높음
  • 블록체인 기술을 강조했지만 진정한 혁신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

DCEP 실험의 실질적 실패들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2년) 이후 드러난 현실:
기술적 문제들:

  • 오프라인 결제 시 속도 저하와 오류 빈발
  • 기존 알리페이, 위챗페이 대비 사용자 경험 떨어짐
  • 스마트폰 배터리 소모 과다 (상시 연결 필요)

사회적 저항:

  • 젊은 세대: "또 다른 감시 도구"라는 인식
  • 중산층: 자산 추적에 대한 우려로 현금 선호 증가
  • 기업: 거래 내역 노출 우려로 소극적 도입

정치적 역효과:

  • 2022년 상하이 봉쇄 당시 DCEP로 생필품 구매 제한 시도
  • 시민들의 반발: "디지털 화폐가 통제 도구로 사용된다"
  • 백지시위 이후 디지털 감시에 대한 거부감 급증

국제적 고립의 심화

일대일로 참여국들의 미묘한 거부감:
동남아시아의 실제 반응:

  • 태국: 중국과 CBDC 협력 발표 후 국내 정치적 반발로 지연
  • 싱가포르: 기술 협력은 하되 실제 도입은 무기한 연기
  • 말레이시아: 이슬람 금융 원칙과 DCEP의 충돌 문제 제기

아프리카의 회의적 시각:

  • 나이지리아: eNaira 출시했지만 사용률 5% 미만
  • 케냐: M-Pesa 성공 경험 바탕으로 독자 노선 고수
  • 남아공: BRICS 공동화폐 논의에서도 중국 주도권에 견제

중동의 계산:

  • UAE: 미국과의 관계 고려해 DCEP 협력 축소
  • 사우디: 석유거래 다변화는 원하지만 중국 종속은 거부

비트코인, 트럼프의 포옹과 또 다른 분열

"해방"인가 "포획"인가

트럼프의 비트코인 지지가 가져온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
 
커뮤니티 내부 분열 심화:

  • 맥시멀리스트 vs 이상주의자: "정치적 지원 vs 순수성 유지" 갈등
  • 기관투자자 vs 개인투자자: 월스트리트 자본의 대량 유입으로 개인의 영향력 축소
  • 미국 vs 글로벌: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과 글로벌 화폐 이념의 충돌

 
구체적 분열 사례들:
 
2024년 12월, 비트코인 개발자 콘퍼런스 분열 사건:

  • 트럼프 지지 개발자들과 반대 개발자들 간 격렬한 논쟁
  • 핵심 개발자 중 일부가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로 프로젝트 이탈
  • 비트코인 코어 개발에서 정치적 의견 차이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

2025년 초, 마이너들의 분열:

  • 트럼프의 "모든 채굴은 미국에서" 발언 후 해외 마이너들 반발
  • 중국에서 이전한 마이너들의 "또 다른 정치적 압박" 우려
  • 채굴 풀의 지역별 분화 가속화

 

글로벌 거부감의 확산

 
유럽의 강화된 견제:
 
독일의 사례:

  • 2025년 3월, 독일 연방은행: "비트코인의 정치화 우려" 공식 성명
  • EU 차원의 MiCA 규제 강화로 대응
  • "디지털 주권" 명목으로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육성 가속화

프랑스의 대응:

  • "미국의 디지털 제국주의" 비판
  • 아프리카 프랑 지역에 비트코인 대신 디지털 프랑 보급 시도

아시아의 복잡한 반응:
 
일본의 딜레마:

  • 미국과의 동맹 관계 vs 아시아 금융허브 포지션
  • 비트코인 지지하되 "일본적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시도
  • 결과적으로 어정쩡한 정책으로 혁신 기업들 싱가포르로 이전

한국의 혼란:

  • 젊은 세대의 비트코인 열풍 vs 정부의 조심스러운 접근
  • 미-중 사이에서 독자적 정책 수립의 어려움
  • 규제 불확실성으로 블록체인 기업들 해외 이전 가속화

신뢰 위기의 메타화: 모든 해답이 의심받는 시대

제3세계의 피로감

"또 다른 강대국 게임"이라는 인식:
개발도상국들이 점점 깨닫고 있는 현실은 선택지가 진짜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정치학자의 증언 (2025년 3월, 다카르 경제포럼):
"서구는 우리에게 '자유'를 강요하고, 중국은 '효율'을 강요한다. 비트코인 진영은 '탈중앙화'를 강요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강요받지 않는 것이다."
 
 
구체적 사례들:
 
나이지리아의 eNaira 실패:

  • 2021년 출시, 2025년 현재 사용률 3% 미만
  • 국민들: "정부의 또 다른 통제 시도"로 인식
  • 현금과 비공식 경제로의 회귀 현상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 부작용:

  • 2021년 법정화폐 채택 후 지속적인 사회적 분열
  • 고령층과 농촌 지역의 강한 저항
  • IMF와의 관계 악화로 경제적 어려움 가중
  • 2024년 대선에서 비트코인 정책이 주요 쟁점화

 

기술에 대한 근본적 불신 확산

"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반발:
 
Z세대의 새로운 트렌드 (2025년):

  • "Digital Detox" 운동의 확산
  • "Cash is King" 슬로건의 젊은 세대 사이 유행
  • 암호화폐보다 실물 자산 선호 증가

 
구체적 사건들:
 
2024년 12월, 프랑스 "현금 해방 시위":

  • 젊은이들이 주도한 대규모 현금 사용 캠페인
  • "디지털은 감시, 현금은 자유" 슬로건
  • EU 전역으로 확산되어 현금 폐지 정책 재검토 압박

2025년 2월, 일본 "아날로그 회귀 운동":

  • 대학생들 중심으로 디지털 결제 거부 운동
  • "할머니의 지혜: 현금만이 진짜 돈" 캠페인
  • 일본 정부의 디지털엔 정책에 차질

패권 경쟁이 만든 더 큰 혼란

강제 선택의 폭력

"중립"이 허용되지 않는 세계:
2025년 현재, 어떤 국가나 기업도 진정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스위스의 고민:

  • 전통적 금융 중립국 지위 vs 디지털 화폐 시대 대응
  • 미국의 압박: "비트코인 친화적 정책 채택하라"
  • 중국의 압박: "DCEP와 협력하라"
  • EU의 압박: "유럽 디지털 화폐 표준을 따르라"
  • 결과: 결정 마비 상태로 혁신 기회 상실

싱가포르의 줄타기:

  •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 유지를 위한 절묘한 균형 시도
  • 모든 시스템과 협력하되 어느 쪽에도 완전히 기대지 않는 전략
  • 하지만 이로 인한 정책 일관성 부족으로 기업들 혼란

기술의 정치화가 만든 역설

모든 것이 의심받는 상황:
 
비트코인에 대한 새로운 의심들:

  • "미국의 디지털 패권 도구 아닌가?"
  • "트럼프가 이용하는 정치적 수단 아닌가?"
  • "결국 월스트리트가 조작하는 시장 아닌가?"

DCEP에 대한 기존 의심들:

  • "중국의 감시 도구"
  • "신장 위구르족 탄압의 연장선"
  • "일대일로의 디지털 식민지화"

CBDC 일반에 대한 확산되는 의심:

  • "정부의 완전한 통제 수단"
  • "현금 사용 권리의 박탈"
  • "개인 프라이버시의 완전한 소멸"

실패하는 시나리오들

시나리오 1: DCEP의 점진적 좌초

2025-2027년 예상 시나리오:
 
국내 저항 심화:

  • 젊은 세대의 지속적 거부감
  • 현금 사용 증가 및 비공식 경제 확대
  • 정부의 강압적 도입 시도와 시민 저항의 악순환

국제적 고립:

  • 일대일로 참여국들의 소극적 대응
  • 서구의 적극적 견제와 대안 시스템 구축
  • 결과적으로 중국 내수용으로만 제한적 사용

시나리오 2: 비트코인의 정치적 오염

2025-2028년 예상 경로:
 
커뮤니티 분열 가속화:

  • 트럼프 지지/반대로 나뉜 개발자 커뮤니티
  • 정치적 논리에 따른 기술적 결정들
  • 하드포크 위험 증가 및 네트워크 분열

글로벌 거부감 확산:

  • 유럽의 강화된 규제와 대안 시스템 구축
  • 아시아 국가들의 독자적 디지털 화폐 개발 가속
  • 비트코인의 "글로벌 화폐" 꿈의 좌절

시나리오 3: 전면적 신뢰 붕괴

가장 암울하지만 현실적인 시나리오:
 
모든 디지털 화폐에 대한 불신:

  • DCEP 실패 + 비트코인 분열 = 디지털 화폐 자체에 대한 회의
  •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의 붕괴
  • 현금으로의 대규모 회귀 현상

경제적 파편화:

  •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분열
  • 국제 거래 비용 급증
  • 지역별 폐쇄적 경제권 형성

사회적 신뢰의 완전한 해체:

  • 정부도, 기술도, 시장도 믿지 않는 사회
  • 개인과 소규모 공동체 중심의 물물교환 경제
  • 현대 문명의 효율성 포기와 생활 수준 하락

한국의 현실: 선택 없는 선택

지정학적 함정

한국이 직면한 불가능한 방정식:

  • 미국 선택 시: 중국과의 경제 관계 악화, 최대 교역국 상실
  • 중국 선택 시: 안보 위험과 서구와의 가치 충돌
  • 독자 노선 시: 기술과 시장 규모의 한계로 고립
  • 중립 시: 모든 쪽에서 압박받아 실질적 결정 불가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
 
2025년 상반기 혼란상:

  • 정부: "디지털 혁신" 외치지만 구체적 방향성 부재
  • 기업: 규제 불확실성으로 투자 위축
  • 개인: 정부 정책 불신으로 해외 거래소 사용 증가
  • 결과: 모든 분야에서 기회 상실

세대 갈등의 심화

젊은 세대의 절망:
"기성세대는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했는데, 우리는 그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비트코인이라도 하려고 하니 그것마저 정치 게임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기성세대의 우려:
"젊은이들이 도박에 빠져 미래를 망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정부의 딜레마:
"젊은 세대를 달래려면 규제를 풀어야 하고, 안정을 위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어떻게 해도 욕을 먹는다."


결론: 해답 없는 질문들

신뢰의 패러독스는 심화된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
1부에서 제기한 "신뢰에 대한 신뢰"의 붕괴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중국의 DCEP: "효율적 통제"를 약속했지만 신뢰받지 못함
미국의 비트코인: "자유로운 탈중앙화"를 약속했지만 정치적 도구가 됨
유럽의 CBDC: "균형 잡힌 대안"을 표방하지만 존재감 부족
개발도상국의 실험들: 모두 실패하거나 미미한 성과

남은 것은 질문뿐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

  1. 기술로 신뢰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가?
    • 지금까지의 실험들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2. 강대국 경쟁이 있는 상황에서 중립적 해법이 가능한가?
    • 모든 것이 정치화되는 상황에서 기술적 중립성은 환상일 수 있습니다.
  3. 개인의 선택권이 정말 존재하는가?
    • 거주 지역, 경제적 지위, 정치적 환경에 따라 선택지가 제한됩니다.
  4. 우리는 정말 새로운 시스템을 원하는가?
    • 아니면 단지 기존 시스템의 불만을 표출하고 싶은 것인가?

가장 씁쓸한 깨달음

결국 우리는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선택 A: 효율적이지만 감시당하는 삶 (중국 모델)
선택 B: 자유롭지만 불안정한 삶 (비트코인 모델)
선택 C: 안전하지만 정체된 삶 (현상유지)
선택 D: 혼란스럽지만 솔직한 삶 (모든 시스템 거부)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선택조차 우리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정학적 위치, 경제적 지위, 세대적 특성, 문화적 배경이 이미 우리의 선택을 크게 제약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성찰

1부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이 옳았습니다.
비트코인도, DCEP도, 그 어떤 기술적 해법도 신뢰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혼란과 분열만을 가져왔죠.
어쩌면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지혜"일지도 모릅니다.
신뢰할 수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이것이 기술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모든 해답이 실패했지만, 이번엔 또 다른 바이럴이 등장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패권을 강화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주장들이 크립토 커뮤니티를 휩쓸고 있죠. 하지만 이 역시 우리가 봐온 패턴의 반복일까요? 4부에서는 이 새로운 바이럴의 함정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이전 편 : 비트코인과 신뢰의 패러독스 2부 : 트럼프라는 변수, 그리고 신화의 정치화
다음 편 예고 : 스테이블코인 달러패권 바이럴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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