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개미들은 결과를 보기 전에 흐름을 먼저 읽고 한발 앞서 대응하고 싶어 합니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정보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합리적인 전망을 세웁니다.

논리도 있고, 근거도 있으며, 시장이 그렇게 움직일 만한 이유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막상 결과는 전망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실제로 나타난 결과에 빠르게 반응하는 편이 오히려 교과서적입니다.

 

특정한 과거의 이력을 바탕으로 예측하고 대응하려는 태도는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운이 좋으면 큰 보상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측은 생각보다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큰 보상은 노력의 결과로 해석하고, 틀린 예측은 시장의 교란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자연스럽고, 납득할 만하고, 공감받을 만합니다.

문제는 시장이 반드시 누군가의 전망대로 움직여야 할 이유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전망이 합리적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전망에 베팅한 결과까지 합리적이 되는 것은 아니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반복되면 시장이 부당하게 움직였거나 누군가 자신을 속였다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느낌 자체가 조작이나 기만의 증거는 아닙니다.

 

문제는 많은 개인투자자가 직관적 예측에 의존하는 반면, 대규모 자금의 상당 부분은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시장 상황에 적응하며 포지션을 조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적응형 전략은 평상시에는 위험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상황이 꼬이면 오히려 꼬인 흐름을 증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을 꼬이게 만드는 계기는 반드시 예측 가능한 사건일 필요가 없습니다.

우발적인 충격만으로도 충분히 큰 사고가 일어납니다.

 

특히 선물과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자금은 변동성 확대, 위험 한도 초과, 증거금 압박 등에 따라 포지션을 축소해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추세 추종과 변동성 타기팅 등 비슷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전략이 겹치면,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위험 관리가 시장 전체에서는 추가적인 매도 압력으로 연쇄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개인투자자의 직관에만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수학적 모델과 통계적 검증을 활용하는 퀀트도 과거의 데이터에서 발견한 패턴을 과신하면 비슷한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예측을 수치화했다고 해서 예측의 한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퀀트(Quant)판에 과최적화(Overfitting)라는 용어가 있겠습니까?

과거 데이터에 지나치게 맞춰진 모델이 백테스트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보이지만, 새로운 데이터나 실제 시장에서는 성과가 크게 저하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쓰이는데, 이제는 거의 일반원칙처럼 되었습니다.

과거의 유효한 패턴뿐 아니라 우연히 나타난 노이즈까지 학습하면 미래에 대한 일반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죠.

 

과최적화 문제에 대한 이해가 지금처럼 보편화되기 전에도, 높은 백테스팅 성과가 실전에서 재현되지 않는 문제는 반복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그 원인을 모델의 한계나 과거 데이터에 대한 과도한 적합에서 찾기보다,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거나 기존 패턴이 교란되었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죠.

전산이나 수학에 능숙하다고 해서 자신의 모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까지 뛰어난 것은 아니니까요.

개인투자자가 자신의 예측 실패를 시장의 교란으로 해석하듯, 퀀트 역시 백테스트에서 확인한 성과를 모델의 실력으로 받아들인 나머지 실전에서의 실패를 시장 탓으로 돌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할 경우, 과거 데이터에 대한 적합도가 높아지는 것을 실제 예측력의 향상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착각을 넘어 신념으로 굳어지면 더 심각한 문제도 생깁니다.

자본시장법의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천 퍼센트의 수익률이 나오는 백테스트를 실제로 실현 가능한 성과처럼 믿고 무리하게 불법 자산운용 사업을 벌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런 식으로 일을 벌였다가 법적 처벌까지 받은 사례가 한때 적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소규모 운용사를 부띠끄라고 부르기도 하죠.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평균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가정은 직관적이고 구현하기도 쉽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전략은 여러 시장에서 활용되어 왔으며 지금도 유효한 영역이 있긴 합니다.

다만 시장 국면이 바뀌거나 추세가 장기간 지속되면 평균회귀에 대한 가정이 빗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 데이터에 맞춰 진입·청산 조건을 반복적으로 조정하면서도, 그 결과가 새로운 데이터에서도 유효한지 검증하지 않는다면 과최적화 위험은 커집니다.

 

이는 평균회귀 전략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추세 추종을 비롯한 어떤 전략도 특정한 시장 환경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특정한 예측 모델을 선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상황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따라 포지션과 위험 노출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입니다.

 

적응형 모형(Adaptive Model)의 핵심 철학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변하며, 어떤 모델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거에 효과적이었던 판단을 고집하기보다, 현재의 정보에 따라 판단과 대응을 갱신해야 합니다.

 

'정답은 계속 바뀌므로, 변화를 가장 빠르게 알아채고 나를 바꾼다.'

 

퀀트의 장점은 이러한 관점을 실제 매매에 적용하기에 적합하다는 데 있습니다.

인간의 결단력 부재, 뒤틀린 욕망, 오염된 정보에서 비롯하는 자의적 판단과 대응 지연을 줄이고, 사전에 정의한 규칙에 따라 포지션을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죠.

 

물론 알고리즘도 종종 틀립니다.

데이터와 모델이 잘못되면 판단 역시 잘못될 수 있고, 여러 전략의 대응이 한 방향으로 쏠리면 시장의 변동성을 오히려 증폭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틀리지 않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측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며, 판단이 틀렸을 때 손실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전망이 빗나갔다고 해서 반드시 누군가에게 속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지나친 성급함입니다.

시장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충격이 있고, 개별적으로 합리적인 대응이 모여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전망이 틀리는 일 자체가 아니라, 전망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시장이 잘못되었다고 결론 내리는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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